염제신 초상
충경 서원에는 공민왕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파주염씨 염제신의 초상화가 보관되어 있다. 염제신은 고려 말 재상을 지낸 인물로 원과의 외교에 큰 역할을 하였다.
염제신은 어려서부터 원에서 살았으며, 그곳에서 자라면서 관계에 진출하여 조정의 신임을 받아 벼슬에 오르기도 하였다. 귀국한 뒤 충숙왕, 충목왕, 공민왕의 신임을 받아 좌우정승, 문하시중에 올랐고 우왕 때 딸이 신비가 되자 곡성부원군에 책봉되었다. 시호는 충경이다.
비단에는 진한 채색과 먹으로 그린 이 초상화는 머리에 두건을 쓰고 오른쪽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안면은 회색빛을 띠며, 눈썹과 모발, 수염은 흑·백의 가는 선을 이용하여 묘사하였다. 눈시울은 붉은색으로 명암을 넣었고, 눈꺼풀은 가는 먹선으로 처리한 후 속눈썹을 일일이 그렸다. 옷은 연보라색 바탕에 보라색 선으로 덩굴무늬가 그려져 있다. 얼굴의 진한 채색과 배채법에 화사한 색감은 마치 고려 불화의 기법과 화풍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옷에 그려진 덩굴무늬는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고려시대 초상화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매우 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