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읍성 고샅길 2천년의 시간여행 그곳은 그 시간을 기억한다
- 명당거리
- 사매기와 향청터
- 사창거리와 느티나무
명당거리
예부터 나주는 탐나는 곳이었다. 금성산과 영산강, 비옥한 나주평야가 그 이유이다. 조선의 실학자였던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나주의 지세가 한양과 닮았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작은 서울이라는 뜻의 소경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정도전은 ‘산천은 아름답고 인물은 번성하니 남방의 거진(巨鎭))이다’, ‘금성산은 단중하고 기위하여 동북에 웅거하였으니 나주의 진산이다’라고 하였다.
나주는 경제, 군사, 정치적 요충지로 호남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나주는 후백제의 견훤이 후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영지로 삼았고, 고려 태조 왕건도 나주를 점령하며 고려를 건국하는 토대로 삼았다. 삼별초 항쟁과 동학농민운동의 세력이 나주를 넘지 못하며 뜻을 꺾이게 되었다. 그로인해 나주를 갖지 못하면 업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금성산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번영과 안녕을 빌었던 명산이었다. 금성산에는 금성산신을 모시는 금성당을 5개 두어 매년 봄 가을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사였다. 산 정상에 상실사, 중턱에 중실사, 산기슭에 하실사와 국제사 그리고 성안에 이조당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이조당이 있던 자리를 아직까지 ‘명당거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뿌리 깊은 명당 중의 명당을 우리는 거닐고 있다. 이처럼 평범해 보이는 거리가 그토록 거창한 역사를 담고 있다니 사뭇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사창거리와 느티나무
사창과 관련된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느티나무 한 그루가 남아 400년째 남아 이곳이 사창거리임을 알린다. 마을 사람들은 400년 된 당산나무(느티나무)가 있어 당산거리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이곳에는 사창이 있었다. 사창은 정부의 양곡창고를 뜻하는 말로, 관인들이 먹을 곡식을 보관하였다. 관아와 시장이 가깝고, 사방으로 잘 발달된 도로가 있어 이곳에 사창이 생기게 되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곳에서 쉬어가자.
바로 건너편에 있는 금성관의 600년 된 은행나무가 높이 솟아 있다. 사창거리의 느티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켜보아왔을 오랜 이웃이다. 뒤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좁디 좁은 골목이 보인다. 이곳의 낡은 집들에은 그 옛날 사창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묵던 숙소였을 것이라고 한다. 사창은 6 25 때 불에 타 사라졌다.
이곳에서는 매년 정월이면 특별한 행사가 열리기도 하였다. 나주의 동부와 서부로 편을 나눠 줄다리기시합을 하였는데, 여기에는 부역면제권이 걸려 있었다. 그래서 즐거운 축제의 이벤트 중 하나였음에도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부 줄은 남자들이, 동부 줄은 여자들이 만들었는데 총 300m에 이르렀다. 신령스러운 금성산이 서쪽에 있어서인지 언제나 서부가 이겼다고 한다. 그래도 분명 모두가 행복한 축제였을 것이다.
사매기와 향청터
메마른 이 땅에 전에는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랬으니 당연하게도 다리가 있었다. 사매기는 고려 현종이 북방의 거란족의 침입으로 나주로 피난을 왔는데 그때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리를 건넜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사마교라는 단어가 여러 사람들이 입에 회자되다 보니 어느새 사매기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네 마리나 되는 말이 끌었다니 흔히 보기 힘든 규모로 마을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후에 물길은 사라지고 대신 마을이 생겼다. 그리고 사마교가 있던 곳의 이 길을 사매기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마교의 흔적은 금성관 뜰에 사마교비로 남아있다.
금성관 뒤쪽에는 향청이 있었다. 향청은 향리를 단속하던 지방자치기관이다. 향청은 마을의 토착양반들로 구성되어 외지에서 온 향리에게 마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또 향리의 부정을 단속하기도 하였다. 여수순천사건 때 불에 타 사라져 지금은 길가에 아쉬움만 남겨 있지만 복원 예정에 있으니 이제 곧 향청을 만나볼 수 있다.
팁사매기길에서 만나는 고샅길 이정표
사매기길과 사창거리로 향하는 길에서 고샅길 서부길 도보코스와 동부길 자전거 코스를 알기 쉽게 표기해 둔 대형지도를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잠깐의 휴식과 함께 다음 목적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떨까.